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 게임에 답이 있다
게임을 통해서 두뇌에 밥도 먹여주고 깨끗이 씻어주기까지 했으니 이제 또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이 역시 우리의 신체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할 다음 단계는 바로 튼튼한 근육을 위한 운동이다. 우리는 운동을 통해서 신체능력을 향상시키어 힘을 기른다. 유산소 운동이든 근육 운동이든 결국 몸을 더 튼튼하게 하기 위한 일이다. 두뇌의 생명력을 높이고 힘을 기르기 위해서 운동을 시켜야 한다.
두뇌는 뉴런과 시냅스라는 뇌세포로 이루어졌다. 뇌속에서 가장 중요한 세포인 뉴런의 작용으로 우리들은 저장된 정보를 전달받는다. 그러나 뉴런은 혼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뉴런과 뉴런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힘을 발휘한다. 뉴런과 뉴런은 또 가지모양으로 생긴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다. 뉴런과 뉴런은 바로 이 시냅스를 통해서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시냅스가 사람에 따라서 촘촘히 연결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듬성듬성 연결되어 있는 사람도 있다. 뉴런과 뉴런 사이에 시냅스가 오밀조밀하게 연결된 사람은 이른바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고 빈공간이 많이 보이고 드물게 시냅스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한 마디로 시냅스는 우리 몸의 근육과 같아서 시냅스가 근육처럼 잘 발달해야 생각의 힘이 강해진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두뇌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차지하는 시냅스는 생성도 되고 소멸하기도 한다. 우리가 두뇌를 많이 사용하면 시냅스의 생성과 성장을 촉진하지만 두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반대로 시냅스는 퇴행하고 소멸한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하고 운동에 소홀하면 근육이 작아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단순히 반복적으로 머리를 쓰는 것보다는 두뇌가 좋아하는 여러가지 방식을 통해서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두뇌를 자극해야 큰 효과가 있다. 그런데 바로 컴퓨터 게임은 두뇌를 효과적으로 자극하여 두뇌를 단련시킨다.
이미 두뇌에 미치는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을 간파했던 사람들은 두뇌를 운동시키는 특별한 게임을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뇌를 단련하는 DS 두뇌 트레이닝은 지금 시리즈로 제작되어 2편까지 모두 5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세계를 깜짝놀라게 하고 있다. 이 게임은 중년 이후 두뇌의 기억능력과 학습능력이 감퇴하는 사람들에게 뇌를 단련시켜준다고 하여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두뇌운동과 게임을 접목한 게임들이 무수히 개발중이다. 아키야마 히토시 교수 제작에 참여한 전뇌 JINJIN은 인간의 추리력, 직관력, 추리력, 직관력, 분석력, 관찰력, 논리적 사고력을 발전시켜준다고 주장한다. 또한 오른쪽 두뇌를 발전시켜준다는 우뇌의 달인도 많은 인기가 있다. 그 밖에 게임을 이용해서 뇌를 훈련시키는 게임은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되어서 계속해서 개발중이다.
이렇게 두뇌를 단련시키기 위해서 제작된 게임도 있지만 컴퓨터 게임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 보면 두뇌를 자극하여 시냅스를 활성화시키는 부분이 많다. 우선 두뇌는 지루한 것은 무조건 싫어한다. 두뇌는 한번 지루해지면 정보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두뇌 사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지루함의 반대말로 사용하는 재미를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인 만큼 적어도 두뇌를 단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갖추어 있다. 두뇌를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위해서는 몸이 먼저 움직여줘야 머리가 따라가 준다. 게임은 역시 눈으로 정보를 받고 그에 따라서 손으로 반응하여야 하는 만큼 몸과 머리가 같이 움직여서 두뇌도 따라가게 해준다.
두뇌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는 역시 시각정보이다. 눈은 받아들이기만 할 뿐 모든 사물은 결국 두뇌에서 처리해준다. 그런데 게임에서 시시각각 변화되는 게임 그래픽들은 우리의 두뇌를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게임안의 그래픽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상징들로 채워졌는데 두뇌속에서는 그 상징들을 풀어내기 위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게임 속의 사건을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게임이 두뇌를 자극하는 요소는 우리의 감정선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해마를 거쳐서 뇌세포로 저장된다. 그런데 해마는 감정 정보와 같이 들어온 정보를 특별하게 처리한다. 즉 즐거웠던 추억이나 슬펐던 사건들을 오래 기억하는 것과 같다. 유저는 주인공이 되어서 철저하게 감정이입의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해마를 더욱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로 게임은 무수한 도전과제들의 모음들로 이 역시 우리 두뇌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장 간단한 게임방식인 액션 게임의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의 움직임을 간파하는 관찰력과 주변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응용력이 있어야 한다. 유저는 게임 플레이의 바로 앞 상황을 끊임없이 예측하는 추리력과 직관력이 필요하므로 이 역시 두뇌활동을 왕성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난이도이다. 너무 어려우면 포기할 것이고 너무 쉬우면 두뇌가 지루해 한다. 실제 몇 백억을 들인 게임일지라도 난이도에 문제가 있으면 졸작이 되어서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게임의 개발자들은 사용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는 최고의 황금코드를 찾기 위해서 수백 명의 베타테스터를 채용해서 끊임없이 난이도 조절을 한다.
이와 같이 컴퓨터 게임의 구성요소를 잘 살펴보면 두뇌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행위이고 이는 시냅스가 더 왕성하게 생성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한다. 이는 우리의 몸을 단련시켜 근육의 힘을 기르듯이 우리의 두뇌를 훈련시켜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두뇌와 게임에 대한 정리
이상으로 필자는 음식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게임이 우리의 두뇌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게임은 20분만 몰입해서 플레이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 그리고 엔돌핀을 분비시키고 이는 우리 두뇌에 에너지 같은 역할을 해준다.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에 몰입하는 행위 자체는 그림을 그리거나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은 최적의 경험을 겪고 나서 플로우 상태로 들어가게 한다. 플로우 상태란 다른 잡념을 하지 않고 자신의 하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느끼는 쾌감이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나가서 되돌릴 수 없는 일에 집착하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에 두려워하며 쉽게 판단해야 할 일에서도 갈등하는 인간의 쓸데없는 잡념의 때를 지우게 해준다. 카타르시스는 정화를 뜻하는데 게임은 예술의 한 장르인 만큼 그 의미 그대로 게임으로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때 게임뇌라고 하여서 게임이 어린아이들의 두뇌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있었다. 2~3년전에 광풍이 불었지만 그 후 많은 반론이 제기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두뇌를 단련시켜주는 게임들이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많이 잠잠해졌다. 또한 마인드 맵에서는 두뇌가 좋아하는 학습방법을 제시하는데 놀랍게도 게임이 우리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과 맥이 닿아 있었다. 사실 이것은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과도 연결되어 있다. 라프 코스터는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우리 두뇌의 학습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학습욕구의 핵심은 패턴과 관련되어 있다. 세상이라는 것은 해의 움직임, 달의 움직임, 바다의 움직임처럼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패턴을 익혀야 한다. 두뇌는 그래서 사물을 일정한 패턴으로 익혀가는데 게임은 바로 그런 패턴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턴이 있다. 달리기와 점프만을 하는 슈퍼머리오도 움직임에 패턴이 있고 게임 플레이는 리듬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자체도 패턴이다. 결국 이렇게 게임의 세계는 무수한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렇게 패턴을 익혀가는건 두뇌가 좋아하는 학습방법이다. 두뇌는 학습을 하면 할수록 시냅스의 생성과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두뇌가 단련된다.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서 게임이 인간의 상상력 발달과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물론 게임이 두뇌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얘기하는 보고서도 존재한다. 사실 이러한 논쟁을 잘 살펴보면 게임이라는 매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착오가 아닌가 싶다. 음악이라고 해서 다 모차르트의 클래식처럼 머리에 좋은 것도 아니고 그림이라고 해서 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간에게 교훈과 지식을 주는게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책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게임의 경우는 좀 극단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폭력적인 게임을 가지고서 어린아이에게 주는 부정적인 영향만 서술하고 또 한쪽에서는 삼국지처럼 지적인 논리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을 예로 들면서 게임을 극찬한다. 이런 논쟁을 보면 게임이 머리에 좋다고 누가 주장을 하면 또 한쪽에서는 꼭 그렇지 않은 게임 하나를 예로 들고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을 하는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된다. 게임에도 역시 좋은 게임도 있고 나쁜 게임도 있다. 그런데 어느 문화산업에서나 저질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꼭 게임에 대해서는 새로 나온 매체라서 그런지 하나의 게임을 가지고 전체의 게임으로 평가하는 오류가 너무 많다. 분명 필자의 여러 주장에 대해서 특정한 하나의 게임을 가지고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반박하고 싶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얘기하는 것은 당연히 게임이 나아가야 할 옳은 방향을 선도하는 좋은 게임들 위주로 얘기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