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는 프로젝트의 생존 전략의 책임자이자 균형자이다.





게임 기획자는 프로젝트의 생존 전략의 책임자다.


17세기의 사상가 토머스 홉스는 "폭도 지배하의 삶은 고독하고 궁핍하며 비참하고 야만적이고 짧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실하게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의 삶은 어떨까? 이 역시 고독하고 궁핍하며 비참하고 야만적이지만, 짧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을 겪은 개발자 스티브 맥코넬은 그의 책 『프로젝트 생존 전략』에서 이 현실을 정확히 지적한다.


게임 기획자는 한때 좋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예술적인 감각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평범한 기획이 개발자의 헌신에 의해 놀라운 게임으로 탈바꿈하거나, 반대로 훌륭한 아이디어가 개발력 부족으로 조잡한 게임으로 전락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의 품질만으로 게임의 완성도나 재미가 결정되지 않으며, 결국 팀 전체의 노력과 균형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게임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내포한다. 예산 초과, 일정 지연은 기본이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특히 게임이 대형화될수록 개발팀의 열정과 집중력을 장기간 유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 프로젝트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지만, 국내 게임 업계는 아직도 가내수공업 수준의 운영 방식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PM(Project Manager)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프로젝트 관리는 단지 PM만의 일이 아니다. 기획자 역시 이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획자는 PM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전체 프로젝트를 조망하며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프로젝트에서는 각 개발자가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지만,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기획자만이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는 단순히 레벨 디자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PM은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더라도, 기획자에게 프로젝트 운영 전반에 대한 조언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획자는 35세 이전에 PM 역할을 맡아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이끌어 본 경험이 있어야 업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PM은 단지 팀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생존시키는 전략가여야 한다.  


기획자는 또한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종종 갑작스럽게 프로젝트 책임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 회사 대표가 기획자를 호출해 현재 상황을 물을 때는, 보통 프로젝트에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이때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솔직하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순간은 기획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PM은 비전과 생존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팀원 간의 화합과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기획자에게도 반드시 요구된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에게도 수비 능력이 필수인 것처럼, 게임 기획자도 PM이 아니더라도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게임 기획자는 균형자다.  


기획자는 다양한 요소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드웨어의 성능과 게임 콘텐츠 사이의 균형, 기술적 한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균형을 이해하고 설계해야 한다.  


기획이 너무 앞서가면 기술이 따라오지 못해 마찰을 빚고, 반대로 기술에 지나치게 종속되면 진부한 게임이 만들어진다.  


또한 기획자는 유저 간 밸런스를 조정해 모두가 공정하게 느낄 수 있는 게임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도전과 보상의 균형을 끊임없이 검토해야 한다.  


팀 내에서도 기획자는 핵심 조율자다. 예산과 개발 기간, 팀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기획은 전체 프로젝트를 망칠 수 있다. 예컨대, 2D 기술만 가능한 팀에게 3D 게임을 설계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픽 팀과 프로그래머 사이의 갈등, 경영진과 개발진 간의 의견 충돌, 유저와 회사 사이의 기대치 차이도 모두 기획자가 중재하고 조율해야 한다.  


기획자는 궁극적으로 유저의 이상과 개발자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사람이다. 이것이 게임 기획자의 진정한 역할이며, 당신이 이러한 균형을 잘 이끌어내고 있다면 훌륭한 기획자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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