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나리오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
게임기획개론 시나리오편(5)
게임 시나리오처럼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신세계로부터 창작 욕구를 고취해야 하므로, 마음에서부터 뭔가 해보겠다는 열정을 품지 않는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사실 게임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 자체는 무척 힘들고 지루하다. 그런데 그것을 이기게 하는 원천적인 힘이 바로 강력한 열정이다. 문제는 그러한 열정이 여러 사람과 부딪히면서 쉽게 사그라든다는 것이다. 사실 게임 시나리오는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이는 것이므로 항상 냉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주위의 반응이 기대했던 그대로라면 상관없지만, 사실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럴 때면 창작자의 열의는 식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경우 자신감 상실까지 경험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작가로서의 삶도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로버트 맥기는 그의 저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영화 시나리오 이론 책에서 작가가 가져야 할 가장 첫 번째 덕목을 주위의 평가를 얼마나 의연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겸손함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정말 작가는 끊임없이 거절을 당하기 마련인데, 이런 것이 자신감 상실로 이어져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게 되면 그 순간 작가로서의 삶은 끝나기 마련임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어야 한다. 작가에게 거절이란 것은 어쩌면 필수적인 과정이다. 마이클 조던은 농구에서 골을 제대로 넣기 위해서는 그만큼 실패를 반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던져서 들어간 골보다 들어가지 않은 골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구에서 선수들이 삼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듯이, 결국 작가도 거절이나 실패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
거절과 실패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작가 생활을 평안하게 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필자 같은 경우는 거절에 대한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유명인들의 좌절 스토리를 일부러 수집하고 있을 정도다. 여러분에게 격려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예화들을 모아봤으니, 가끔 게임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어렵고 힘들 때는 한 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필자는 누군가에게 거절을 당하면 꼭 다시 한 번씩 되새겨 보는 그런 글들이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스티브 잡스와 함께 개인용 컴퓨터 애플을 개발한 후 휴렛팩커드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휴렛팩커드 사람들은 처음 그들이 가져간 컴퓨터를 보고는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런 말에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하는 일만 반복하기 때문에 오히려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볼 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일종의 벽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이 보기에 이상한 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만든 것이 혁신적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자동차까지 팔고 은행에 빚까지 져가면서 애플 컴퓨터를 개발했고, 오늘날 애플 신화로 이어졌다.
델 컴퓨터를 창업한 마이클 델은 매장에서 컴퓨터를 팔지 않고 전화 주문을 통해서 컴퓨터를 직접 판매했다. 그러자 기존 업체들은 누가 3,000달러나 되는 컴퓨터를 직접 보지도 않고 전화로 구매하겠냐면서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마이클 델의 직접 판매 방식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현재 델은 세계적인 컴퓨터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이클 델은 100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 델은 자신의 최고 행운은 직접 판매 모델 방식을 다른 업체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고 밝힐 정도다. 마이클 델은 사업을 하려거든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지 말라고 한다. 성공은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과거의 방식과 관습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의 의견을 들어봐야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넷 붐을 주도했던 넷스케이프의 개발자 마크 앤드리슨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나중에는 몰라도 처음에는 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성공했다고 하는 대규모로 성공한 회사들은 처음에는 좋은 제품도 아니고 성공할 것이라는 평가를 듣지 못했지만,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마크 앤드리슨조차도 이미 기존 관습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정말 좋은 생각을 자신 앞에서 이야기해 줘도 미처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그들의 엔진을 팔기 위해서 포털 사이트 회사들 대부분과 거래를 시도했다. 모든 업체로부터 거절을 당한 후에야 직접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동키콩을 개발하자 야마우치 사장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게임 방식에 대해서 우려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슈퍼 마리오를 개발할 때는 "또 마리오냐"면서 팀에서 걱정을 했지만, 게임은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젤다의 전설은 너무 어려운 게임이라고 사람들이 불평했지만 역시 최고의 작품성을 가진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게임에서 독창성과 신선함을 개발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만큼, 기존 자료들의 결정체인 마케팅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마케팅 자료를 참고하는 건 게임을 개발할 때가 아니라 개발이 끝난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게임을 광고할 때 이용할 뿐이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연속적으로 게임이 실패하자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이때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서 게임 하나를 완성하자고 결심한다. 그래서 자신의 마지막 꿈을 담았다는 의미에서 파이널 판타지를 기획한다.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명작 시리즈로, 최고의 스토리 기반형 롤플레잉 게임으로 명성을 드높였다. 사카구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비웃는다고 해도 그것에 좌절하지 말라고 한다. 원래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것은 기존의 벽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틀에 박힌 사람의 사고 속에서 기인한 비웃음에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런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이 사카구치의 지론이다.
윌 라이트가 처음 심시티를 개발하고 나서 게임 유통업체와 접촉했을 때 모든 회사들은 "이것이 무슨 게임이냐"면서 거절했다. 윌 라이트는 유통 업체를 구하지 못해 홀로 5년이나 게임 개발에 매달려야 했다. 그는 자신이 쓰레기통에 곧 버려질 쓰레기 같은 존재라면서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윌 라이트는 자비를 들여서 게임을 유통시켰는데, 이 게임은 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게임계의 신기원을 열었다. 심즈 역시 사내 게임 평가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여 개발 팀원과 자원을 지원받지 못했다. 윌 라이트는 사장에게 겨우 부탁해서 한 명의 프로그래머와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심즈는 제작에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겨우 완성을 했고, 발매 후에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척했다는 호평과 함께 천만 장이 넘는 PC 게임 역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이러한 고난 속에 게임을 개발해 온 윌 라이트는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내심이다. 5년 동안 심시티 개발에 매진하고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심즈를 개발했듯이,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의 게임을 만들다 보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스타워즈는 모든 영화사에서 거절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지 루카스가 직접 제작하고 영화를 찍어야 했다.
10개의 작품을 쓰기 전까지 자신의 실력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콘 에어』의 시나리오를 쓴 미국의 유명 헐리우드 작가 스콧 로젠버그는 자신의 초기 10 작품은 팔리지도 않았고 정말 형편없었다고 고백했다. 12번째 영화 시나리오로 처음 돈을 번 그의 견해로는, 작품 10개를 완성하기 전에 함부로 자신의 실력을 결정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대부』**는 수많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겨우 37살의 나이에 책을 출판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