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나리오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게임을 예술 매체로 승화시킨다
게임 기획 개론: 시나리오편(7)
게임은 재미를 위해서 탄생한 매체이다. 하지만 몇몇 게임 기획자들은 게임에서도 드라마나 영화처럼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이야기의 도구가 되기를 바랬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서 게임의 작품성을 높이는 것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여 펼치는 감성 마케팅과 맥이 닿아 있다.
감성 마케팅은 제품의 성능과 기능이외에도 문화적인 우월감이나 특별한 사람이 된 것과 같은 감정을 선사하는 광고방식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 뉴요커가 된 것같고 BMW의 자동차 미니 쿠페를 타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 된듯한 뿌듯함을 느끼도록 하는게 감성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다. 감성 마케팅은 특히 스토리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 질 경우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마이클 조단은 분명 그 자체로 훌륭한 농구선수이다.
하지만 그의 명성이 더 쌓이게 된 것은 나이키의 광고덕분이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단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싸우는 전사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스토리 기반의 광고를 연속적으로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서 마이클 조던은 위대한 선수로 거듭났고 나이키 역시 최고의 스포츠 의류 메이커로 올라섰다. 감성 마케팅은 애플의 아이팟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팟의 히트를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아이팟의 성공 신화는 그 동안 남보다 앞선 신제품으로 혁신의 역사를 만들어 왔던 애플의 스토리와 아이팟이라는 상품이 결합하여 새로운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원래 애플은 스티브 잡스에 의해서 창업이 되었지만 회사의 경영진과의 불화로 스티브 잡스는 퇴출당하고 만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나간 이후 애플은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회사가 도산위기로 치닫는다. 이때 스티브 잡스가 전격적으로 투입되어서 회사를 위기속에서 구출해낸다. 그리고 애플의 제 2 전성기는 바로 아이팟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팟의 사용자들은 단순히 이 제품을 MP3로 보는 것이 아니다. 아이팟은 회사에서 쫓겨나서 다시 성공신화를 그려가는 스티브 잡스의 감동적인 스토리와 합쳐져서 일종의 문화현상이 되어 버렸다.
애플의 제품을 쓰는 건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강조하는 혁신과 디자인이 강조된 예술품을 사용하는 것과 동급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 스토리는 그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끼리는 서로 친밀감을 느끼도록 할 정도이다. 그야말로 이야기의 힘이 마케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듯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믿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제품에 감성을 담아내어서 단순한 MP3라고 할 수 있는 아이팟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해내었다. 게임에서 시나리오는 유저들에게 감성을 자극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시나리오는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실 파이널 환타지의 시작도 게임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제작되었다. 파이널 환타지에는 게임이 재미와 즐거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여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 매체임을 증명하고 싶었던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 감동의 도구로써 게임이 거듭나는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시나리오다. 인기 탤런트 한예슬 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으로 파이널 환타지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감동적인 사랑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적이 있었다.한예슬씨의 반응을 보면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의도했던 바는 파이널환타지를 통해서 완벽하게 구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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